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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상품리뷰

이준호 갤러리 508 전시 한눈에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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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 친구랑 청담동 갤러리 투어를 하다가 가장 오래 머물렀던 곳이 바로 이 전시였어요. 다른 공간들은 대충 둘러봐도 느낌이 오는데, 여기서는 이상하게 계속 서 있게 되더라고요. 사진으로만 보던 칼로 긁어 만든 꽃이 실제로는 어떤 느낌일지 너무 궁금해서, 일정 다시 맞춰서 이준호갤러리 전시만 집중해서 보러 한 번 더 다녀왔습니다.

이준호갤러리 첫인상과 동선, 분위기

전시는 청담동 갤러리 508 1층에서 열리고 있고,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 3번 출구에서 걸어서 8분 정도 거리라 찾아가기는 쉬웠어요. 입구가 부담스럽게 크지 않고, 유리문 넘어 전시가 살짝 보이는 정도라 편하게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평일 오후에 갔더니 사람이 거의 없어서 이준호갤러리 작품 앞에 오래 서 있어도 눈치 볼 일이 없었어요. 안쪽으로 긴 직사각형 구조라 동선은 단순한 편인데, 산 그림과 꽃 그림이 섞여 있어서 시간 흐름대로 정리된 느낌은 아니고, 작가가 보여주고 싶은 흐름에 맞춰 배치된 느낌이었습니다. 안내 데스크에 전시 안내지가 있긴 한데 글씨가 조금 작아서, 작품을 보면서 바로 이해하기보다는 한 번 앉아서 천천히 읽어야 하는 정도였어요. 그래도 직원분이 조용히 지켜봐 주시는 분위기라 혼자만의 속도로 보기에는 딱 좋았습니다.

칼로 긁어 만든 꽃, 실제로 보니 어떤지

이준호 작가는 20년 넘게 산 그림을 그려왔다고 하는데, 이번 이준호갤러리 전시에서는 처음으로 꽃 시리즈를 제대로 선보이고 있더라고요. 화면을 덧칠하는 게 아니라, 칼로 수만 번 긁어서 모양을 만든다고 해서 사실 조금 과장이겠지 했는데, 실제로 보니 화면 전체가 아주 촘촘한 선들로 가득 차 있어서 고개가 절로 가까이 가게 됐습니다. 흰색이나 회색 한 가지 색으로 채워진 캔버스에 빛이 옆에서 스치면, 긁힌 방향에 따라 꽃잎이 입체적으로 살아나는 느낌이에요. 멀리서 보면 조용한 한 송이 꽃인데, 가까이 가면 긁힌 자국이 상처처럼 보여서 조금 서늘하기도 했고요. 작품마다 칼질의 밀도와 깊이가 살짝씩 달라서, 어떤 건 폭발하듯 가득 피어난 느낌이고 어떤 건 막 피어나려는 봉오리 같은 느낌이었어요. 색으로 감정을 밀어붙이는 스타일은 아니라, 보는 사람이 자기 기분을 그대로 투영하게 되는 쪽에 가깝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작은 사이즈 작품들보다 어느 정도 큰 화면에서 칼 자국이 길게 이어지는 작품이 더 인상적이었어요.

관람 팁과 아쉬웠던 점, 이준호갤러리 가기 전 참고

전시는 2025년 11월 25일부터 2026년 1월 21일까지 진행되고,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11시부터 18시까지만 열려요. 일요일과 월요일은 문을 닫으니 이준호갤러리 계획하실 때 이 부분은 꼭 챙기셔야 합니다. 공간이 아주 크진 않아서 작품 수만 보면 금방 둘러볼 수 있는데, 칼로 긁힌 결을 제대로 보려면 가까이 다가갔다가, 또 멀리 떨어졌다가를 반복하게 되다 보니 실제로는 40분에서 1시간은 금방 지나가요. 갤러리 508은 주차와 와이파이, 남녀 화장실 분리, 반려동물 동반도 가능해서 차로 오거나 반려견과 함께 오려는 분들에게는 편한 편입니다. 다만 조명이 깔끔하게 설치되어 있기는 한데, 몇 작품은 화면이 살짝 반사돼서 특정 각도에서 보면 칼 자국이 잘 안 보일 때가 있더라고요. 저는 그럴 때 한두 발짝 옆으로 비켜서 보니까 확실히 결이 살아났어요. 또 작품 설명글이 갤러리 한쪽 벽에만 모여 있어서, 본인만의 감상을 먼저 정리하고 싶은 분들은 설명부터 보기보다 그냥 작품부터 쭉 돌아보고 마지막에 글을 읽는 흐름이 더 나을 것 같았습니다.

이준호갤러리 전시를 보고 나오는데, 딱 기분이 묘했어요. 화려한 색감도 없고 스토리를 친절하게 들려주는 전시도 아닌데, 집에 돌아와서 사진 정리하다가도 흰 화면에 남은 칼 자국이 자꾸 떠오르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 분이 조용히 혼자 걸으며 생각 정리하기에 좋은 전시 같았어요. 누군가에게 꼭 가보라고 강하게 추천하고 싶다기보다는, 청담동 근처를 지나가다가 마음이 조금 지친 날이면 이준호의 꽃을 한 번쯤 만나보고 싶어질 것 같은, 그런 느낌으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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