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흑백요리사 2를 보는 동안 내내 마음이 갔던 셰프가 있었어요. 아들 얘기하며 눈물 참던 그 셰프, 바로 프렌치파파 타미 리 셰프였죠. 방송 보면서 언젠가 꼭 가봐야지 하고 캐치테이블을 수시로 들락날락했는데, 운 좋게 청담동 비스트로 드 욘트빌 저녁 자리를 예약할 수 있었습니다. 방송 영향 때문인지 예약 확정 문자를 받았을 때부터 괜히 작은 공연 티켓을 손에 넣은 느낌이었어요. 과연 화면 속 따뜻한 분위기와 요리가 실제 공간에서는 어떻게 느껴질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프렌치파파 레스토랑 첫인상, 청담 골목 속 작은 파리
비스트로 드 욘트빌은 청담동 메인 거리에서 골목 안으로 한 블록 정도만 들어가면 나옵니다. 화려한 간판 대신 낮은 조명과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바 자리, 오래된 나무 가구들이 먼저 반겨줘서 생각보다 편안했어요. 저녁 영업은 18시에 시작인데, 매장은 11시 30분부터 22시까지 열고 15시 30분부터 18시까지는 브레이크 타임이에요. 월요일은 쉬는 날이라 예약 전에 꼭 확인해야 합니다. 안쪽은 테이블 간격이 너무 좁지도, 또 쓸데없이 넓지도 않아서 동네 단골 비스트로 같은 느낌이었고, 프렌치파파 셰프가 오픈 키친 안쪽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었어요. 시끌시끌한 음악 대신 잔잔한 재즈가 나와서 데이트 자리, 기념일 둘 다 어울릴 것 같았습니다.
어니언 수프와 스테이크, 프렌치파파 시그니처 한판
메뉴는 코스로만 진행되고, 저는 저녁 기본 코스를 선택했어요. 가격은 런치 기준으로는 6만 원대부터 시작하고, 디너는 그보다 조금 더 올라가지만 요즘 파인다이닝 생각하면 부담이 크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첫 접시는 아뮤즈와 차가운 전채가 나왔는데, 산뜻하게 입맛만 깨워주는 정도라 뒤에 나올 메뉴에 기대가 더 커졌어요. 이 집의 대표는 뭐니 뭐니 해도 3일 동안 끓인다는 어니언 수프. 그릇 위를 꽉 덮은 치즈 뚜껑을 살짝 깨트리면 달큰한 향이 확 올라오는데, 양파가 완전히 녹아 국물에 녹아든 느낌이었습니다. 짠맛이 세지 않고 깊은 단맛이 올라와서 빵 찍어 먹다 보니 어느새 그릇 바닥을 긁고 있더라고요. 이 한 그릇 먹으니까 왜 프렌치파파 별명이 생겼는지 알 것 같았어요. 집밥 같은 정이 느껴지는 맛이었거든요.
욘트빌 분위기 살려주는 페퍼 스테이크와 마무리
메인으로 선택한 건 또 하나의 시그니처, 페퍼 스테이크였습니다. 굽기는 미디엄 레어로 추천해 주셔서 그대로 맡겼는데, 나왔을 때 팬에서 막 나온 듯 따끈한 향이 먼저 치고 들어왔어요. 고기 겉은 살짝 바삭하고 안은 부드럽게 익어 있었고, 후추 소스가 강하게 매운 느낌이 아니라 향만 살짝 끌어올려줘서 와인 없이 먹어도 부담이 없었습니다. 함께 나온 감자와 채소들도 과하게 꾸미지 않고 딱 고기 맛을 받쳐주는 정도라 좋았어요. 디저트는 시즌 과일이 들어간 케이크와 아이스크림이 나왔는데, 무겁지 않은 구성이라 끝까지 깔끔하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양이 엄청 많은 편은 아니지만, 하나하나에 힘을 준 느낌이라 프렌치파파 셰프가 방송에서 보여줬던 스타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약부터 자리에서 나올 때까지 직원들 응대도 친절했고, 웨이팅은 예약제라 거의 없어서 차분히 식사에만 집중할 수 있었어요. 흑백요리사 2를 보고 프렌치파파 이름 때문에 궁금했다면, 비스트로 드 욘트빌은 한 번쯤 직접 와서 공기와 맛을 느껴볼 만한 곳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