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역에서 한 정거장만 더 가면 전혀 다른 느낌의 동네가 나타납니다. 높은 건물 대신 낮은 집들이 이어지고, 남산 탑이 바로 눈앞에 떠 있는 듯 보이는 언덕 마을이죠. 낮에는 햇살이 골목 사이를 비추고 밤에는 노란 불빛이 번져서 사진만 찍어도 하루가 꽉 찬 느낌이 드는 곳, 그 동네가 바로 이태원 해방촌입니다. 주말마다 버스 정류장에 젊은 사람들로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 모습만 봐도 요즘 이 동네 분위기가 어떤지 자연스럽게 느껴지실 거예요.
이태원 해방촌 골목의 시작 신흥시장
이태원 해방촌 나들이를 언덕 아래에서부터 올라가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곳이 신흥시장 쪽입니다. 예전에는 생활 물건을 사던 작은 동네 시장이었는데, 지금은 작은 가게들이 모여 있는 골목 놀이터 같은 느낌에 더 가깝습니다. 길이 반듯하지 않고 살짝 미로처럼 휘어져 있어서 코너를 돌 때마다 전혀 다른 가게가 나타나요. 오래된 상점 간판 옆에 색이 강한 간판이 붙어 있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손으로 만든 접시를 파는 가게와 따뜻한 빛이 새어 나오는 작은 술집도 보입니다. 천천히 걸으면서 유리창 너머를 들여다보다가 마음에 드는 가게에 쑥 들어가서 구경하고, 지친 다리는 근처 가게에 앉아 쉬었다 가면 동네 분위기를 훨씬 천천히 느낄 수 있습니다.
루프탑와 카페 사이로 즐기는 남산 뷰
언덕을 조금 더 오르면 이태원 해방촌만의 하이라이트인 루프탑 카페들이 줄줄이 나옵니다. 건물 높이가 아주 높지 않다 보니 옥상만 올라가도 남산 탑과 서울 불빛이 그대로 펼쳐집니다. 낮에는 하늘이 가깝게 느껴지고, 해가 지는 시간에는 도시가 서서히 주황빛으로 바뀌는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어요. 카페 타자기 같은 곳은 큰 유리창 사이로 해가 넘어가는 모습을 편하게 바라볼 수 있고, 오잇 같은 곳은 초록색 식물과 옥상 자리가 잘 어울려서 사진 찍기도 좋습니다. 배가 고프다면 근처 디저트 가게와 브런치 가게도 좋은 선택입니다. 르몽블랑에서는 털실처럼 생긴 케이크를 만나볼 수 있고, 오파토에서는 구운 소금빵과 따뜻한 식사가 준비돼 있습니다. 해가 완전히 진 뒤에는 해방촌 오거리 근처 높은 자리로 이동해 불빛이 가득한 밤 도심을 내려다보는 것도 좋습니다. 차 안에서 조용히 앉아 야경을 보는 데이트를 즐기는 사람들도 꽤 많습니다.
고양이 소품샵부터 108계단 승강기와 실내 체험
골목을 걷다 보면 빨간 간판이 눈에 확 들어오는 가게가 있습니다. 이름부터 귀여운 고양이 알레르기라는 가게인데, 안으로 들어가면 온통 고양이 그림과 인형으로 가득합니다. 연필, 노트 같은 문구류부터 집에 두기 좋은 액자와 컵까지 모두 고양이와 관련된 그림이 그려져 있어서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한 번쯤은 웃게 되는 공간입니다. 이태원 해방촌 언덕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후암동과 이어지는 길에 백여 개가 넘는 계단이 나오는데, 이 계단 옆에는 경사면을 따라 천천히 올라가는 승강기가 따로 설치돼 있습니다. 마을버스를 타고 다니는 느낌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어서 짧지만 색다른 체험이 됩니다. 활동적인 하루를 보내고 싶다면 이태원역 쪽 실내 클라이밍장도 잘 어울립니다. 처음 타보는 사람을 위한 하루 강습도 있어서 비가 오거나 날이 너무 추운 날에도 땀을 흘리며 놀 수 있습니다. 신흥시장 근처에 있는 이어폰 전시 공간 같은 체험형 전시도 들르면, 이태원 해방촌 하루 일정이 골목 산책과 실내 놀 거리까지 모두 채워집니다.
이태원 해방촌은 이태원역에서 버스 한 번만 타면 닿을 수 있는 거리지만, 막상 도착해 걸어 다니다 보면 전혀 다른 도시로 여행 온 듯한 기분이 듭니다. 신흥시장 골목, 루프탑 카페, 고양이 소품 가게, 야경 스팟, 계단 승강기와 실내 체험 공간까지 이어서 둘러보면 하루가 빠르게 지나갑니다. 언덕을 따라 천천히 내려오며 밤 공기를 마시는 시간까지 더해지면 이 구역만으로도 나들이 한 번을 가득 채우기에 충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