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도 동쪽 서벵골 지역에서 정체가 낯선 바이러스가 번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의료진까지 감염된 사례가 나오고, 인근 나라들이 공항 검사를 키우면서 긴장하는 모습도 이어지고 있죠. 이름은 낯설지만 치명적인 이 바이러스가 바로 니파바이러스입니다. 코로나가 아직 끝나지 않은 느낌인데 또 다른 감염병이 등장했다는 말만으로도 마음이 무거워지기 쉽습니다. 낯선 이름 때문에 더 불안해지기 쉬운 만큼, 차분하게 특징을 짚어 보면 생각보다 선을 그을 수 있는 부분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니파바이러스, 어디서 온 바이러스인가
니파바이러스는 처음부터 사람에게서 나온 바이러스가 아닙니다. 원래는 과일을 주로 먹고 사는 큰 박쥐 몸 안에서 살던 바이러스였고, 1998년 말레이시아의 돼지 농장에서 처음 알려졌습니다. 박쥐가 핥거나 오염시킨 과일을 돼지가 먹고, 그 돼지와 사람 사이에 병이 옮겨 간 것이죠. 이런 식으로 동물에서 사람으로 넘어오는 감염병을 사람과 동물이 함께 걸리는 병이라고 부르는데, 니파바이러스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 바이러스는 주로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인도 같은 지역에서 되풀이해서 나타나고 있고, 지금은 인도 서벵골에서 다시 퍼질 조짐을 보여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바이러스를 위험도가 가장 높은 감염병 무리에 넣어두고, 해외에서 들여오지 않도록 감시를 강화한 상태입니다.
감염 경로와 증상, 왜 치사율이 높은가
니파바이러스는 생각보다 여러 길을 통해 사람에게 들어올 수 있습니다. 먼저 과일박쥐가 핥거나 배설물로 오염된 과일, 특히 대추야자 수액처럼 날것으로 마시는 음료가 위험합니다. 또 감염된 돼지 같은 동물의 피나 침, 콧물에 닿을 때도 옮을 수 있고, 이미 걸린 사람의 침이나 가래, 피 같은 몸속 물질과 가까이 접촉해도 옮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농장, 도축장, 감염 환자가 있는 병원에서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몸에 들어온 뒤에는 보통 5일에서 2주 정도 잠복기를 거쳐 열, 두통, 근육통, 기침, 구토 같은 흔한 감기 비슷한 증상으로 시작합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일부 환자에게서는 짧은 시간 안에 뇌에 염증이 생기며 의식이 흐려지고, 말을 더듬거나 방향 감각을 잃고, 발작을 하다가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폐가 심하게 손상돼 숨쉬기가 매우 힘들어지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감염된 사람 중 10명에 최대 7명까지 숨질 수 있다고 알려져 있고, 살아나도 일부는 발작이나 성격 변화 같은 후유증이 남을 수 있습니다.
니파바이러스, 지금 우리에게 실제로 중요한 점
니파바이러스가 무서운 또 다른 이유는 아직 공식으로 인정된 예방 주사나 전용 치료제가 없다는 점입니다. 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산소를 더 주고, 열을 낮추고, 경련을 막는 식으로 몸이 버틸 시간을 벌어 주는 것뿐입니다. 일부 약이 도움이 될지 실험이 진행 중이지만, 당장 믿고 쓸 수 있는 수준은 아닙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 바이러스가 코로나처럼 한 사람이 여러 사람에게 폭발적으로 옮기는 편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대체로 한 사람이 옮기는 사람 수가 1명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초기에 발견하고 격리하면 번지는 속도를 꽤 줄일 수 있습니다. 지금 인도 서벵골에서도 확진자가 나오자마자 100명 넘는 접촉자를 묶어 관찰하고, 주변 나라들이 인도발 입국자 체온을 일일이 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 입장에서 중요한 부분은 발생 지역을 여행할 때의 행동입니다. 말레이시아, 인도, 방글라데시로 갈 계획이 있다면, 과일박쥐가 살 만한 야자수 숲 근처에서 나온 날 음료는 피하고, 껍질이 상한 과일이나 누군가 한입 베어 먹은 흔적이 있는 과일은 먹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돼지 같은 동물을 만져야 하는 일이라면 장갑과 마스크를 쓰고, 일을 끝낸 뒤에는 비누로 손을 충분히 씻어야 합니다. 귀국 뒤 2주 안에 높은 열과 심한 두통, 기침이 함께 나타난다면, 단순 감기로 여기지 말고 곧바로 1339에 전화해 여행 이력을 말해 주는 것이 안전합니다.
니파바이러스는 이름도 낯설고 치사율도 높지만, 감염되는 길이 비교적 뚜렷하게 드러나 있는 편이라 기본 수칙만 꾸준히 지키면 위험을 많이 낮출 수 있습니다. 동물과의 불필요한 접촉을 피하고, 상한 과일과 날 음료를 조심하고, 여행 뒤 몸 상태를 잘 살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됩니다. 앞으로도 인도와 주변 나라 소식, 그리고 우리나라 방역 지침이 어떻게 바뀌는지 차분히 확인하면서, 과도한 공포 대신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일상을 지켜 나가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