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에 삿포로 여행을 다녀온 뒤로 아직도 눈 냄새가 기억에 남아요. 2월 눈축제는 끝났지만, 사람 붐비는 건 싫고 눈 풍경은 보고 싶어서 애매한 3월을 골랐거든요. 공항을 나올 때 -3도 정도였는데 공기가 맑으면서도 톡 쏘는 느낌이라 괜히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길가에는 눈이 반쯤 녹아서 질척거리는데, 머리 위로는 아직 하얀 설경이라 약간 영화 세트장에 들어온 기분이랄까요. 얇은 니트에 패딩을 입었더니 실내에서는 살짝 더웠지만, 밤에 오도리 공원 쪽 걸을 때는 목도리까지 꽁꽁 둘러매도 손이 시려워서 핫팩을 꼭 쥐고 다녔습니다.
삿포로 여행 3월 날씨와 옷차림 진짜 체감기
3월 삿포로 여행 때 제일 당황했던 건 낮과 밤 체감 온도 차이였어요. 낮에는 2~4도까지 올라가서 햇빛 받으면 꽤 포근한데, 그럴수록 눈이 녹았다가 해 지면 그대로 얼어버려요. 겉으로 보기엔 말끔한 보도인데 살얼음이 얇게 깔려 있어서 두 번이나 미끄러질 뻔했어요. 그래서 운동화보다는 밑창이 두껍고 미끄럼 방지 패턴 있는 부츠가 정말 필요합니다. 위에는 두꺼운 패딩 하나면 되는데, 안에는 반팔·얇은 니트·후리스 이런 식으로 겹겹이 입고 카페나 지하상가 들어가면 한 겹씩 벗는 게 편했어요. 지하철과 쇼핑몰 난방이 강해서 땀 식으면 더 춥게 느껴지더라고요. 장갑이랑 비니, 넥워머까지 챙겨 가니 오도리 공원에서 화이트 일루미네이션 구경할 때도 끝까지 버틸 수 있었어요.
오도리 공원 화이트 일루미네이션 저녁 산책
3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삿포로 화이트 일루미네이션은 2월보다 한산해서 천천히 보기 좋았어요. 제가 갔을 때는 해가 5시쯤 넘어가면 금방 어두워졌고, 6시 전후로 조명이 하나둘 켜지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더라고요. 오도리 공원은 지하철 Odori역 바로 위라서 찾기 쉽고, 삿포로 TV타워 쪽으로 갈수록 포토존이 많아요. 별도 입장료는 없고, 공원 자체는 24시간 열려 있지만 조명은 밤 10~11시 사이에 꺼지는 편이라 7~9시 사이에 가는 걸 추천해요. 근처 스스키노까지 이어지는 길도 눈이 아직 남아 있어서 발자국 사각거리는 소리가 계속 들려요. 다만 녹은 눈 때문에 신발이 쉽게 젖으니 방수 스프레이를 미리 뿌려두니 확실히 덜 불편했어요. 조명 아래에서 김 모락모락 나는 삿포로 라멘 한 그릇 먹으니 손끝까지 따뜻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조잔케이 온천 당일치기, 삿포로 여행 하이라이트
이번 삿포로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조잔케이 온천이에요. 삿포로 시내에서 버스로 약 1시간 정도 걸리는데, 시계가 8시를 넘긴 아침 버스를 타니 창밖으로 하얀 산과 강이 이어져서 멍하니 보기만 해도 힐링이었어요. 버스는 Sapporo Station앞 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고, 조잔케이 방향 노선을 타면 됩니다. 온천 마을에 도착하니 눈이 아직 많이 쌓여 있어서 길가 족욕장도 보이고, 연기가 살짝 피어오르는 풍경이 신기했어요. 저는 숙박 대신 히가시야마 쪽 온천 호텔에서 낮 시간대 입욕만 이용했는데, 대욕장은 오전 11시부터 밤까지 열려 있고, 노천탕에서 눈 쌓인 산을 보면서 몸을 담그고 있으니 3월의 애매한 추위가 오히려 감사하게 느껴졌어요. 돌아오는 버스는 5~6시대가 막차라 시간은 꼭 확인해야 했고, 젖은 머리로 밖에 오래 있으면 금방 식으니 모자는 챙겨가는 게 좋았어요.
3월 삿포로 여행은 사람 북적이는 성수기보다는 느긋하게 설경과 온천을 즐길 수 있어서 제 스타일과 잘 맞았어요. 날씨가 들쭉날쭉하고 바닥이 미끄러운 건 살짝 불편했지만, 준비만 잘하면 다시 가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시기라는 생각이 드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