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연 프로그램은 웬만하면 잘 안 챙겨보는 편인데요, 우연히 회식 자리에서 누가 휴대폰으로 보여준 클립 하나 때문에 몇 날 며칠을 다시 돌려보게 됐습니다. 바로 MBN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 무명전설에 나온 9살 참가자, 김한율 군 무대였어요. 처음에는 그냥 짧은 화제 영상 정도로만 넘기려고 했는데, 화면 끄고 나서도 머릿속에 계속 그 말투랑 표정이 맴도는 거예요. 도대체 왜 이렇게 남지 싶어서, 다시 첫 방송 풀버전을 찾아보고, 관련 영상이랑 기사까지 줄줄이 보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무명전설 김한율”이라는 이름이 도대체 어떤 이야기의 시작인지 정리해 보고 싶어졌어요. 그냥 감동적이었다 한마디로 끝내기에는, 이 아이가 서 있던 자리와 프로그램 구조, 그리고 제작진이 잡아준 카메라 구도가 꽤 계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무명전설 김한율, 1층 101호가 가진 위치
무명전설은 참가자를 1층부터 5층까지 나눠서 붙이는 조금 독특한 구성을 갖고 있어요. 그중 1층은 이름 그대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참가자들이 모여 있는 자리인데, 무명전설 김한율 군은 여기서도 가장 눈에 띄는 101호 번호를 달고 맨 앞 무대를 맡았습니다. 그냥 어린 참가자라서 앞에 세운 줄 알았는데, 첫 순서에 가장 어린 9살을 세운 건 제작진 입장에서도 프로그램 분위기를 한 번에 설명하는 장치처럼 느껴졌어요. 아직 아무도 모르는 이름, 정말 말 그대로 무명인데, 그래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위로 올라오는 구조죠. 특히 101호라는 숫자가 오프닝처럼 반복되면서 “무명에서 전설로”라는 제목이 화면 안에서 자연스럽게 설명되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인지 방송 후 검색창에도 무명전설 김한율 키워드가 제일 먼저 꽂히더라고요.
노래보다 먼저 와닿은 한 문장
무명전설 김한율 군이 부른 노래는 장민호의 내 이름 아시죠였어요. 원래도 가사가 애잔한 곡인데, 이 아이는 아픈 엄마를 떠올리며 이 노래를 선택했다고 말했죠. 7살 이후로 엄마를 못 봤다는 말, 내가 TV에 나오면 엄마 병이 나을 것 같다는 말이 노래 시작도 전에 나와버리니까, 보는 입장에서 일단 심장이 먼저 조여집니다. 그런데 이 장면이 흥미로운 건, 제작진이 눈물 짜내는 자막이나 과한 음악 대신, 짧은 대사와 침묵을 길게 쓰면서 여백을 남겼다는 점이에요. 심사위원들이 서류를 넘겨보면서 “얘가 이걸 모르는 건가?”라고 주고받는 대사도 딱 한 번 나오고 끝나는데, 그 한 문장 때문에 시청자들은 오히려 더 많은 걸 떠올리게 됩니다. 전형적인 신파 연출이 아니라, 일부러 말을 아끼고 표정 위주로 편집해 둔 덕분에, 무명전설 김한율 무대가 단순히 울컥한 장면을 넘어서서 계속 되새김질하게 되는 것 같았어요.
어린 참가자를 둘러싼 프로그램의 구조와 아쉬움
방송을 여러 번 돌려보다 보니, 무명전설 김한율 군을 다루는 방식이 프로그램 콘셉트와 거의 맞물려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무명이라는 말이 단순히 안 유명하다는 뜻이 아니라, 아직 기록되지 않은 시간, 아직 제대로 불리지 못한 이름을 상징하는 셈이죠. 그래서 이름을 호명해 주는 장면이 유독 길게 잡히고, 객석 반응도 과하게 편집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다만, 9살 아이가 중심에 서 있는 만큼 신경 쓰이는 부분도 있었어요. 아이가 모르는 진실이 있다는 뉘앙스를 심사위원 대사로 슬쩍 깔아 두었는데, 이게 시청률을 위한 장치로만 소비되지 않으려면 이후 회차에서 설명과 보호 장치가 함께 따라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동도 좋지만, 실제 인물의 시간은 방송이 끝나고도 계속되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명전설 김한율 군이 1층 무대에서 보여 준 용기와 집중력은 어른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전혀 작아 보이지 않았고,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는 무대가 된 것 같아요.
저는 사실 프로그램 끝나고도 한동안 이 무대를 다시 틀어 놓고 다른 일을 하곤 했어요. 화면만 봐도 알겠더라고요, 노래 실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공기가 있었다는 걸요. 솔직히 말하면, 누가 우승하느냐보다 이 아이가 앞으로 노래를 계속 좋아할 수 있을까, 방송이 이 기억을 좋은 쪽으로 남겨 줄 수 있을까가 더 신경 쓰였어요. 무명전설 김한율이라는 이름이 당장의 화제성으로만 소비되지 않고, 이 친구에게도, 보는 사람에게도 조용히 힘이 되는 기록으로 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