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살면서 떡은 많이 먹어봤지만, 요즘 유행이라는 버터 들어간 떡은 늘 사진으로만 봤어요. 그러다 친구가 수성구에 새로 이사 가면서 답례 떡을 알아본다고 해서 같이 떡터아리랑이랑 해떡달떡을 하루에 몰아서 다녀왔습니다. 살짝 들렀다가 맛만 보자고 했는데, 생각보다 선택지가 많아서 대구 버터떡 세계에 제대로 빠져버렸어요. 특히 앙버터 설기 한 입 먹으니까 빵이랑 떡 사이 어딘가에 있는 느낌이라 계속 손이 가더라고요. 이날 돌아다니면서 찍어온 사진이랑 기억을 꺼내 보면서, 제가 직접 먹어본 대구 버터떡들을 한 번에 정리해 보고 싶어졌습니다.
수성구 떡터아리랑에서 만난 담백한 대구 버터떡
첫 코스는 수성구 두산동에 있는 떡터아리랑이었어요. 1999년부터 운영해왔다고 해서 기대를 하고 갔는데, 오전 10시쯤 도착하니 이미 포장해가는 손님이 몇 팀 있더라고요. 이곳 영업시간은 보통 아침 8시쯤부터 저녁 8시 사이로 알고 있고, 브레이크 타임 없이 이어서 운영하는 편이라 오전 방문이 편했어요. 가게는 전형적인 동네 떡집 분위기인데, 진열장이 길게 놓여 있어서 설기, 절편, 약과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습니다. 여기서 가장 눈에 들어온 건 녹차 베이스에 버터와 팥앙금을 넣은 앙버터떡, 일종의 대구 버터떡 버전이었어요. 한 개 1800원 정도였고, 낱개 포장이라 들고 다니기 좋았습니다. 한 입 베어 물면 녹차 향이 먼저 올라오고, 그 뒤에 버터 고소함이 입안을 채워요. 팥앙금이 너무 달지 않아서 떡 자체의 담백함을 살려주더라고요. 냉동 보관 후 자연 해동해서 먹어도 식감이 크게 안 변한다는 말이 있어서 몇 개 더 사서 집에 가져왔는데, 다음 날 아침에 먹어도 쫄깃함이 꽤 잘 살아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커피보다 따뜻한 보리차랑 같이 먹을 때 가장 잘 어울렸습니다.
해떡달떡 앙버터 설기, 포슬포슬한 대구 버터떡 스타일
두 번째로 간 곳은 수성동 쪽 해떡달떡이었습니다. 이름처럼 해 모양, 달 모양 간판이 깔끔하게 걸려 있고, 안쪽은 흰색 톤이라 카페 같았어요. 영업시간은 새벽부터 준비해서 오후 7시 전후까지 여는 편인데, 인기 메뉴는 오후에 품절되는 경우가 잦다고 해서 점심 전에 갔습니다. 여기 대표 메뉴가 바로 포슬포슬한 백설기 사이에 버터와 팥을 넣은 앙버터 설기, 대구 버터떡 중에서도 부드러운 쪽이에요. 저는 기본 앙버터 설기와 쑥 버전 두 가지를 골랐습니다. 한 조각당 2000원 안쪽 가격이었고, 4개 이상 사면 예쁜 상자에 담아줘서 선물용으로도 좋겠더라고요. 백설기는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부서지는데, 그 사이에서 버터가 살짝 녹으면서 고소한 향이 올라와요. 팥은 입자가 적당히 살아 있어서 식감이 단조롭지 않았습니다. 쑥 버전은 향이 더 진해서 버터가 느끼할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쑥 향이 느끼함을 깔끔하게 잡아줘서 제가 더 마음에 들었어요. 매장 안에 작은 테이블이 두 개 있어서 따뜻한 차를 한 잔 시켜 놓고 바로 먹어봤는데, 막 나온 대구 버터떡은 버터가 살짝 말랑한 상태라 풍미가 훨씬 진하게 느껴졌습니다.
달서구 마마스유와 구운 디저트형 대구 버터떡까지
마지막 코스는 달서구 진천동 마마스유였어요. 이곳은 답례 떡 찾는 분들이 많이 온다고 해서 주차가 걱정됐는데, 평일 오후 3시쯤 가니 웨이팅 없이 바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영업시간은 대략 오전 9시부터 저녁 7시 정도였고, 인기 있는 녹차 앙버터설기는 늦게 가면 품절이 자주 난다고 하네요. 마마스유의 대구 버터떡은 비정제 유기농 설탕으로 만든 팥앙금과 버터가 들어간 녹차 앙버터설기가 대표 메뉴입니다. 떡 색이 진한 초록이라 처음엔 좀 강할까 걱정했는데, 향은 은은하고 맛은 굉장히 부드러웠어요. 버터가 설기 속에 골고루 퍼져 있어서 한 입마다 고소함이 균일하게 느껴지는 게 좋았습니다. 여기서 추가로 다른 스타일의 대구 버터떡도 궁금해서, 요즘 SNS에서 많이 보이던 상하이 버터떡 느낌의 구운 떡 디저트를 파는 FFS 커피에 들러봤어요. 내당동 쪽에 있는 카페인데, 겉은 살짝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떡이라 까눌레랑 찹쌀도넛을 섞어 놓은 느낌이었어요. 버터 향이 꽤 강해서 한 개 이상 먹으면 살짝 무거울 수 있지만, 에스프레소랑 같이 먹으니 생각보다 잘 넘어갔습니다. 이렇게 설기형과 구운 디저트형까지 다양하게 돌다 보니, 대구 버터떡이 단순한 떡이 아니라 완전 하나의 디저트 카테고리처럼 느껴졌어요.
하루 종일 돌아다니며 먹어본 대구 버터떡들은 각각 개성이 뚜렷해서 지루할 틈이 없었고, 특히 해떡달떡 쑥 앙버터 설기가 계속 생각날 정도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음에는 답례 떡 주문할 일 생기면 떡터아리랑이랑 마마스유를 비교해서 제대로 박스로 주문해 보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