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만우절 아침마다 괜히 긴장했어요. 학교 가면 누가 뭐라고 놀랠지 뻔히 아는데도 또 속았네요 하면서 웃었죠. 근데 어느 순간부터 만우절이 그냥 평범한 4월 1일이 돼 버린 것 같아요. 오늘 아침에도 알람 끄고 멍하게 있다가 캘린더 보고서야 아 맞다, 만우절이지 했네요.
회사 단톡방도 예전 같지 않아요. 예전엔 퇴사합니다 농담이 난무했는데, 요즘은 그런 말 꺼냈다가 진짜 퇴사할까 봐 다들 눈치 보는 분위기네요. 그래서 저는 살짝 순한 만우절 장난만 쳤어요. 팀원들에게 오늘 회의 취소됐대요 라고 보내고 바로 밑에 만우절입니다 ㅎㅎ 달았죠. 다들 1초 동안만 행복했다며 짧게 투덜거렸습니다. 예전 학교에서 친구들이 오늘 급식 떡볶이래 라고 속이던 거랑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점심시간에는 예전 게임 이벤트 생각이 나서 괜히 폰을 들여다봤어요. 괜히 이런 날엔 숨은 그림 찾기 같은 소소한 만우절 이벤트를 기대하게 되더라고요. 회사 사람들 몰래 이어폰 끼고 게임 켰다가, 아무 이벤트도 없어서 살짝 실망했습니다. 나이 먹어도 이런 잔잔한 이벤트는 여전히 좋네요. 복잡한 경쟁 말고, 그냥 그림 속에 숨어 있는 버튼 찾는 정도가 딱이에요. 머리 식히기에도 좋고요.
퇴근길에 친구랑 카톡하면서 너 어릴 때 만우절에 제일 크게 당한 거 뭐야 이렇게 물어봤어요. 친구가 초등학교 때 짝꿍이 좋아한다고 쓴 쪽지 줘서 설렜는데, 뒷장에 만우절 이라고 써 있었다네요. 같이 듣는데 괜히 제 마음이 다 씁쓸해졌어요. 그래서 제가 요즘은 그런 장난 안 쳐서 다행이다 했더니, 이미 그런 장난을 칠 만큼 마음이 안 가볍다는 뜻 같아서 또 웃겼어요 ㅋㅋ 나이 들수록 장난보다 책임이 먼저 떠오르잖아요.
그래도 오늘 하루를 돌아보니까, 어릴 때처럼 거창한 장난은 없어도 나름 조용한 만우절이라 괜찮았어요. 잠깐씩 웃을 거리 만들려고 서로 톡에 ㅎㅎ 붙이고, 안 통하는 농담에도 일부러 하하호호 받아주고요. 예전엔 크게 속아야 재밌다고 느꼈다면, 지금은 작은 거짓말도 좀 따뜻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년 만우절엔 누군가를 놀래키는 대신, 괜찮은 거짓말 하나쯤은 들어보고 싶네요. 오늘도 수고 많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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