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를 보다 보면 한 팀의 분위기나 색깔이 또렷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한국도로공사는 오랜 시간 그런 이미지를 가진 팀이었고, 그 중심에 늘 같은 얼굴이 있었죠. 코트 옆에서 크게 소리 치기보다는 조용히 메모하고, 교체 한 번으로 흐름을 바꾸던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었습니다.
도로공사 김종민, 어떤 감독이었나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구단과 인연을 이어 온 사람이라 팬들 사이에서는 거의 팀의 얼굴처럼 여겨졌어요. 코치와 감독을 합치면 10년 넘게 벤치를 지켰고, 구단이 정상을 찍었던 두 번의 우승도 모두 함께했죠. 그래서 도로공사 김종민 이름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오래 버틴 지도자, 안정적인 배구, 이런 말이 같이 따라붙었어요. 경기 중에도 크게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표정이 굳은 채로 상황을 바라보는 시간이 더 길었고, 선수 교체를 통해 천천히 분위기를 바꾸는 스타일이었네요. 이런 점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는 차분한 운영, 선수들을 오래 믿고 가는 지도자로 기억되는 편입니다.
폭행 사건과 계약 만료, 가장 시끄러운 순간
하지만 도로공사 김종민 이름이 검색어에 가장 많이 올랐던 때는 좋은 소식이 아니었어요. 박종익 전 코치와 얽힌 폭행 사건이 알려지면서 부담이 한꺼번에 커졌습니다. 아직 징계나 법적 결론이 나온 상황은 아닌데, 그 사이에 정규리그 우승과 챔피언결정전 진출이 겹쳤고, 계약 기간이 3월 31일로 딱 끊겨 있었죠. 구단은 계약 연장 없이 김영래 수석코치에게 지휘봉을 맡기는 선택을 했고, 이때부터 도로공사 김종민 경질이라는 말이 쏟아졌어요. 팬들 입장에서는 정규리그를 1등으로 끝낸 감독이 챔프전 앞두고 벤치에서 사라졌으니 납득이 잘 되지 않았던 거죠. 구단은 다음 시즌 준비와 사건의 결과를 동시에 신경 써야 했고, 이미지도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더 냉정해 보이는 판단을 내린 셈입니다.
전술 색깔과 선수 기용, 남겨진 평가들
경기만 놓고 보면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은 뚜렷한 색이 있었어요. 모마 같은 주포를 세워 두고도, 교체 멤버를 적절히 쓰면서 흐름을 바꾸는 장면이 많이 나왔습니다. 정관장과의 경기에서도 토스가 흔들리고 블로킹이 잘 안 될 때, 세인과 연주를 투입해 수비와 공격을 동시에 살려서 경기를 뒤집었죠. 큰 목소리보다 교체 타이밍으로 말하는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어요. 또 V리그 특성상 긴 시즌 동안 주전 선수들이 쉽게 지치는데,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은 교체 자원을 비교적 자주 활용해서 체력을 나눠 쓰려는 경향도 보였어요. 흥국생명처럼 강팀이 추격해오는 상황에서도 상대 주포, 세터, 미들 블로커를 꼼꼼히 분석해 가며 맞대결을 준비하는 감독으로 평가됐습니다. 완벽한 지도자는 아니었지만, 오랜 시간 같은 팀을 이끌며 나름의 색을 만든 사람이라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이네요.
지금은 벤치를 떠났지만, 도로공사 김종민이라는 이름은 여전히 여자배구 이야기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어요. 오랜 시간 한 구단에서 쌓인 기록과, 폭행 사건과 계약 만료가 겹친 끝부분까지 모두 한 사람의 이력으로 묶여 있네요. 구단과 팬, 그리고 김종민 감독 각자 입장이 다르겠지만, 한국도로공사라는 팀 역사를 말할 때 이 이름을 빼고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