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알람 꺼놓고 멍하니 누워 있다가, 어느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눈만 제대로 떠지면 하루 시작이 훨씬 덜 힘들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매번 전쟁을 치르듯 일어나야 할까 하고요. 그래서 검색을 뒤지다가 ‘눈을뜨자’라는 이름을 처음 보고 살짝 웃었어요. 이름부터 너무 대놓고 목적이 보이니까요. 장치 이름이 눈을뜨자라니, 얼마나 자신 있으면 이렇게 지었을까 궁금해지더라고요. 반은 호기심, 반은 자포자기 마음으로 결국 주문 버튼을 눌렀습니다. 솔직히 말해 첫날만 쓰고 구석에 처박히는 운명을 예상했는데, 예상과는 조금 다른 쪽으로 흘러가고 있어요.
눈을뜨자 첫인상, 장난감 같지만 진지한 기기
택배 박스를 열었을 때 눈을뜨자는 생각보다 작고 가벼웠어요. 시계처럼 손목에 차는 게 아니라 침대 머리맡에 두고 쓰는 작은 기기라 공간도 거의 안 차지하네요. 겉은 흰색 플라스틱인데 싸구려 느낌보다는 미니 공기청정기 같은 느낌에 가깝습니다. 상단에 동그란 조작 버튼이 몇 개 있고 전면에 은은하게 빛나는 표시등이 있어요. 구성품은 본체, 전원 어댑터, 간단 사용 설명 카드 정도로 깔끔했어요. 설명서를 읽어보니 눈을뜨자는 알람 시간에 맞춰 빛과 소리를 단계적으로 키우면서 사람 눈과 뇌가 자연스럽게 깨어나도록 돕는 방식이더라고요. 시끄러운 소리로 번쩍 깨우는 게 아니라, 해 뜨는 것처럼 조명을 서서히 밝히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실제로 써본 눈을뜨자, 알람보다 ‘아 깼네?’ 하는 느낌
첫날은 혹시 몰라 기존 스마트폰 알람도 같이 맞춰뒀어요. 새벽에 누가 깨울까 봐 긴장돼서 그런지 잠이 쉽게 안 오다가, 어느 순간 눈꺼풀이 무거워졌는데 갑자기 미세하게 붉은 빛이 느껴졌어요.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불빛 같기도 하고, 꿈에서 보는 장면 같기도 했는데 그게 눈을뜨자 불빛이더라고요. 시간이 지날수록 주황색에서 노란색, 흰색으로 천천히 바뀌면서 방이 전체적으로 몰래 밝아지는 느낌이라 이게 은근히 뇌를 깨우는 것 같았어요. 신기했던 건 알람이 ‘삐삐’ 울려서 깬 게 아니라, 스스로 ‘이제 일어날 때인가?’ 하고 눈을 한 번 떠보게 된 점이었어요. 계단 올라가듯 천천히 깨서 그런지 갑자기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 확 줄었고, 몸도 덜 무거웠습니다.
좋았던 점과 눈을뜨자 쓸 때 아쉬웠던 부분
몇 날 며칠 써보니 장점이랑 단점이 또렷하게 보이더라고요. 가장 좋았던 건 아침에 눈을 뜨고 난 뒤 멍한 시간이 줄었다는 점이에요. 예전에는 알람 끄고 침대에서 20분쯤 헤매다 겨우 일어났는데, 눈을뜨자를 쓰고 나서는 5분 안에 이불을 걷어내는 날이 확실히 많아졌어요. 특히 출근 준비하면서 ‘오늘 왜 이렇게 덜 피곤하지’ 싶은 날이 늘어났습니다. 불빛 밝기와 소리 종류를 직접 조절할 수 있는 것도 꽤 편해요. 저는 새처럼 짹짹거리는 소리 대신 잔잔한 피아노 소리로 맞춰두고 쓰고 있어요. 다만 아쉬운 점도 분명해요. 실내가 완전 깜깜한 방이 아니라 가로등 불빛이 많이 들어오는 방이라면, 눈을뜨자 조명이 조금 약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또, 앱 연동으로 세세하게 설정하는 게 아니라 기기에서만 조작하는 구조라서 처음에 세팅할 때는 버튼 조합을 몇 번씩 눌러보며 익혀야 했어요. 이 부분은 스마트폰 앱 하나 지원되면 훨씬 편할 듯합니다.
며칠 동안 눈을뜨자 덕분에 아침 풍경이 조금씩 달라지는 걸 보면서, 생각보다 작은 변화가 크구나 싶었어요. 드라마틱하게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출근길에 버스 안에서 덜 찡그리게 된 건 확실하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아침형 인간은 못 되더라도, 최소한 아침을 덜 미워할 수는 있겠다’는 정도의 여유가 생긴 느낌이에요. 이 정도라면 당분간은 침대 머리 맡에서 치우지 않고 계속 켜두게 될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