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끝자락, 아무 생각 없이 기차 예매했다가 묵호에 꽂혀버렸어요. 서울 떠날 때만 해도 그냥 바다나 보고 오자 했는데, 돌아올 땐 머릿속이 전부 도너츠 생각뿐이더라고요. 그 정도로 강렬했던 하루였네요.
묵호역에 내리자마자 바람이 훅 와서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친구랑 바다 먼저 볼까, 카페 먼저 갈까 고민하다 결국 배부터 채우자며 브런치 하는 척 카페로 갔습니다. 겉으론 브런치 카페인데 사실 저한텐 도너츠 집이었어요. 갓 튀긴 도너츠가 유리 진열장에 줄지어 있는데, 바다에서 불어온 소금기 있는 공기랑 섞이니까 냄새부터 힐링 그 자체였네요.
겉은 바삭한데 한입 베자마자 폭신한 도너츠. 안에는 크림이 가득 들어 있었어요. 커피 한 모금, 바다 한 번, 도너츠 한 입. 이 조합이 이렇게 완벽할 줄이야. 창가 자리에 앉으니 유리창 너머로 파도 부딪히는 소리가 은근히 들려서 혼자 멍 때리기 딱 좋았어요. 친구랑은 말도 별로 안 하고 그냥 각자 생각에 잠겨 있었네요.
배를 채우고 슬슬 걸어서 방파제 쪽으로 갔어요. 묵호 바다는 색이 유난히 진한 것 같았어요. 물빛이 깊어서 그런지 괜히 마음까지 차분해지는 느낌이었어요. 적당히 시끄러운 파도 소리 덕분에 머릿속 복잡한 생각도 좀 덜어졌고요. 방파제 끝에서 사진 찍다가, 갑자기 또 도너츠 생각이 나는 거예요. 아까 먹은 그 맛이 너무 선명해서 결국 검색해서 다른 카페를 하나 더 찾아갔습니다.
두 번째 카페는 길가 언덕에 조용히 올라앉아 있었어요. 브런치 메뉴도 인기라는데, 이미 배가 불러서 눈으로만 구경했어요. 대신 시나몬 듬뿍 묻은 도너츠랑 따뜻한 라테를 시켰습니다. 이 집 도너츠는 쫀득한 식감이라 또 다른 매력이 있었어요. 창밖으로는 노을 지는 바다, 안쪽에서는 조용한 음악. 순간, 아 이건 그냥 힐링을 가장한 도너츠 투어구나 싶어 웃음 나왔네요.
해가 완전히 지고 나서는 숙소 근처 해변으로 갔어요. 바다는 깜깜한데 파도 소리만 또렷해서 낮이랑 완전 다른 분위기였어요. 모래밭에 쭈그려 앉아서 오늘 하루를 떠올려 봤어요. 기차에서 졸다가, 카페 두 군데나 돌며 도너츠 먹고, 바다 옆을 천천히 걸었던 시간들. 별거 아닌 루틴 같은데, 서울로 돌아가면 오래 생각날 것 같은 장면들뿐이더라고요.
집에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도 괜히 묵호 도너츠 다시 검색해 봤어요. 다음 번엔 진짜 브런치도 챙겨 먹고, 낮 바다랑 밤 바다 둘 다 실컷 보고, 카페도 더 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복잡한 계획 없이, 그날 끌리는 대로 걷고 먹고 쉬기. 저한텐 그게 제일 좋은 힐링 여행 방식이더라고요. 다음 힐링 여행 스팟도 이런 느낌이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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