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앞에서 한 번쯤 멈춰 서게 만드는 포스터에는 어떤 생각이 숨어 있을까요. 사람들 사이를 스쳐 지나가다가도 이상하게 눈길이 꽂히는 한 장의 이미지에는 보이지 않는 계산과 고민이 겹겹이 들어가 있습니다. 거기에는 글자와 사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보러 갈까 말까 망설이는 마음까지도 함께 담겨 있어요.
박시영 디자이너가 맡아온 대표 영화 포스터
박시영 디자이너는 스튜디오 빛나는을 이끄는 시각 디자이너로, 한국 상업 영화 포스터 흐름을 말할 때 빠지기 어려운 이름입니다. 「마더」, 「하녀」, 「곡성」, 「관상」, 「베테랑」 같은 작품 포스터가 모두 그의 손에서 나왔어요. 이 영화들을 떠올리면 장면보다 먼저 포스터가 떠오르는 분들도 있을 정도죠. 묵직한 분위기, 한 번 보면 기억에 남는 사진 처리, 여백을 살린 글자 배치까지 전체가 하나의 얼굴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방식이 특징입니다. 박시영 디자이너는 이런 작업을 단순히 홍보물이 아니라 영화가 세상에 처음 내보이는 자기소개라고 생각하며 다룬다고 해요.
객관 대신 ‘주관’을 세우는 박시영 디자이너의 태도
박시영 디자이너가 자신의 일을 설명할 때 가장 자주 쓰는 말은 ‘매력을 만드는 일’입니다. 그는 숫자와 통계처럼 정답이 있어 보이는 자료에만 기대면, 누구에게도 특별하지 않은 안전한 포스터만 남는다고 봐요. 그래서 가능한 한 영화의 본질과 감정에 붙어서, 자신의 시선으로 다시 해석하는 주관을 중요하게 챙깁니다. 제작사, 투자사, 감독, 마케팅 팀이 원하는 포인트는 모두 다르고, 그 요구를 그대로 섞어서 나열하면 메시지가 흐려지기 쉽다고 말해요. 이때 박시영 디자이너는 모든 말을 다 담으려 하기보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더 세게 보여줄지를 스스로 정하는 편을 택합니다. 관객이 이미 기사와 예고편으로 알고 있는 정보보다, ‘저 포스터 뭐지?’ 하는 작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지점을 찾으려는 거죠.
관객의 욕망을 읽는 방법과 일하는 철학
박시영 디자이너가 흥미로운 점은 관객을 이해하는 방식입니다. 그는 소셜미디어만 보다 보면 목소리가 큰 소수의 의견을 전체 여론으로 착각하기 쉽다고 말하면서, 그래서 일부러 라디오를 즐겨 듣는다고 밝혔어요. 아침에는 집안일과 아이 걱정을 나누는 사연이, 저녁에는 회사와 인간관계 이야기들이 흘러나오니, 실제로 어떤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하루를 보내는지 귀로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들이 영화 포스터를 만들 때, ‘지금 사람들은 어떤 감정에 쉽게 반응할까’라는 기준이 된다고 해요. 또 박시영 디자이너는 자신에게도 선입견과 편견이 있다고 인정하면서, 그것을 없애려 애쓰기보다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지 않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디자인 현장에서 클라이언트와 부딪힐 때도 전문 용어를 줄이고, 일상적인 말로 차분하게 설명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요. 그는 자신에게 일이 맡겨졌다는 사실 자체가 어느 정도의 감각을 인정받은 것이라 보고, 그만큼 책임감 있게 주관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박시영 디자이너가 어떤 영화 포스터를 만들어 왔는지, 작업을 대하는 시선과 관객을 바라보는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살펴봤습니다. 매력을 만든다는 한 문장 안에, 요구를 고르는 선택과 관객의 마음을 듣는 습관, 선입견을 다루는 태도까지 함께 들어가 있었습니다. 이런 요소들이 모여 한 장의 종이 위에 쌓이면서, 극장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힘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