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끝자락, 잠깐 바다 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기차표를 예매하다가 묵호역 여행을 선택하게 됐어요. 서울에서 KTX 타고 2시간 남짓이면 도착한다는 말에, 크게 준비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더 끌렸습니다. 막상 묵호역에 내리니 공기부터 달랐어요. 바다 냄새가 살짝 섞인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스치는데, 그 순간 이 선택이 괜찮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역 규모는 크지 않은데, 사람들 표정이 여유로워서 저도 괜히 속도가 느려지더라고요. 차 없이 가볍게 걸으면서 하루를 보내보고 싶어서, 짐은 최소로 줄이고 마음만 잔뜩 들떠 있었어요. 이번 묵호역 여행은 크게 계획을 세우기보다, 역을 중심으로 갈 수 있는 곳들을 천천히 걸으며 제 속도대로 둘러본다는 것만 정해두고 시작했습니다.
묵호역 여행의 시작, 걸어서 만난 항구와 전망대
묵호역 여행의 좋은 점은 역에서부터 동선이 단순하다는 거였어요. 우선 도착하자마자 역 근처 연필뮤지엄을 먼저 들렀습니다. 입장료 부담도 크지 않고, 조용한 분위기라 기차에서 내려 살짝 몸 풀기 좋았어요. 그 다음에는 택시를 타고 해랑전망대 쪽으로 이동했는데, 차로 5분도 안 걸리더라고요. 해랑전망대는 입장료가 없고, 바다 위로 쭉 뻗은 길을 걸을 수 있는데 발 아래로 파도가 바로 보여서 살짝 아찔하면서도 시원했습니다. 바로 맞은편에는 도째비골 스카이밸리가 있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가 봤어요. 이곳은 10시부터 18시까지 운영하고 월요일은 쉰다고 해서, 묵호역 여행 날짜 정할 때 요일은 꼭 체크해야 해요. 어른 기준 입장료 3000원인데, 스카이 사이클이랑 자이언트 슬라이드는 추가 요금이 따로 있어요. 저는 시간상 스카이 사이클까진 못 타고 전망대 위주로만 즐겼는데, 해랑전망대보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동해가 생각보다 훨씬 탁 트여서 괜히 오래 서 있게 되더라고요.
논골담길과 바람의 언덕, 묵호역 여행의 하이라이트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에서 길을 따라 조금만 걸으면 바로 논골담길로 이어져요. 예전 어촌 마을 골목을 따라 벽화가 가득한 곳인데, 관광지 느낌이 너무 과하지 않아서 저는 오히려 좋았어요. 골목길은 계속 비탈이라 처음엔 숨이 조금 찼지만, 중간중간 바다가 살짝씩 보이면서 그게 또 응원이 되더라고요. 벽화 사이사이에 묵호 옛 이야기들이 녹아 있어서, 사진만 찍기보다는 글도 한 번씩 읽어보게 됐어요. 골목을 따라 끝까지 올라가면 바람의 언덕이라는 작은 광장이 나옵니다. 이곳에는 카페가 여럿 모여 있고, 테라스에 앉으면 묵호항이랑 동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와요. 저는 늦은 오후에 올라갔는데, 해가 기울면서 항구 불빛이 하나둘 켜지는 걸 보는 시간이 정말 좋았어요. 웨이팅은 거의 없었고, 창가 자리는 금방 차지만 회전이 빨라서 오래 기다리진 않았습니다. 묵호역 여행을 하면서 차분하게 바다를 보고 싶다면, 이 구간은 꼭 넣어야 한다고 느꼈어요.
시장과 묵호항, 먹거리로 채운 저녁 시간
해가 거의 질 무렵에는 다시 아래로 내려와 동쪽바다중앙시장 쪽으로 향했어요. 묵호역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이 시장이더라고요. 역 근처라 도보로 이동하기 좋고, 규모가 엄청 크진 않지만 동해 쪽에서 유명한 장칼국수, 물회 같은 메뉴를 부담 없는 가격에 먹을 수 있습니다. 저는 뜨끈한 장칼국수 한 그릇으로 몸을 녹였는데, 진한 국물에 면이 탱탱해서 추운 날 기차 타고 온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었어요. 식사 후에는 묵호항 수변공원까지 천천히 걸어가 봤어요. 밤이 되면 항구 쪽이 생각보다 조용해서 산책하기 좋습니다. 활어회센터 안쪽은 아직까지 활기가 남아 있고, 회를 포장해 숙소로 가져가는 사람들도 꽤 있었어요. 저는 이미 배가 불러서 눈으로만 구경했지만, 다음에는 묵호역 여행을 1박으로 잡고 회까지 제대로 즐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역으로 돌아가는 길도 길 찾기 어렵지 않아서, 늦은 시간까지 크게 불안하지 않았습니다.
하루를 꽉 채워 돌아오는 길에, 기차 안에서 찍어둔 사진들을 다시 보니 짧은 시간에 바다, 골목, 시장까지 골고루 담았다는 느낌이 들어 만족스러웠어요. 과하게 꾸며지지 않은 동네라 더 편안했고, 다음에는 봄이나 가을에 다시 묵호역 여행을 와서 어달해변까지 여유 있게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