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여행지로 어딜 갈지 고민하다가, 사진 몇 장에 마음을 완전히 빼앗겨 갑자기 하동으로 향하게 됐어요. 섬진강과 지리산이 동시에 보이는 곳이라는 말도 끌렸지만, 하동 여행지 중에서 특히 돌탑이 가득한 성전이랑 끝없이 펼쳐진 차밭 사진을 보고는 그냥 넘기기 어려웠습니다. 서울에서 차로 내려가면서도 과연 화제라던 그 느낌이 있을까 반신반의했는데, 막상 도착해 보니 공기부터 다르더라고요. 도시에서 잔뜩 올라갔던 어깨가 슬슬 내려가는 기분이었어요.
배달성전 삼성궁, 해발 850m 한국식 마추픽추
하동 여행지 중에서도 가장 궁금했던 곳이 바로 배달성전 삼성궁이었어요. 지리산 청학동 깊숙이 들어가야 해서 네비 찍고도 한참을 더 올라가야 합니다. 입구 주차장은 생각보다 넓고, 주차요금은 따로 받지 않았어요. 매표 후 안쪽으로 들어가면 수만 개의 돌탑이 층층이 쌓여 있는데, 사람이 만든 공간인데도 이상하게 오래된 유적지에 온 느낌이 들었습니다. 길이 돌계단 위주라 운동화는 필수예요. 위쪽으로 계속 오르다 보면 에메랄드빛 연못과 돌로 둘러싸인 호수가 나오는데, 이 장면이 왜 인생샷 성지인지 바로 알 수 있었어요. 오전 10시쯤 도착했더니 관광버스 손님들이 몰리기 전이라 한적하게 사진 찍기 좋았습니다. 오후로 갈수록 계단 구간에 사람이 많아져서 천천히 구경하고 싶다면 오전 방문을 추천해요.
정금차밭과 스타웨이 하동, 시원한 뷰 맛집 콤보
다음 하동 여행지로는 정금차밭을 들렀어요. 차밭 주차장은 무료고, 새벽 안개가 걷힌 뒤인 오전 9~11시 사이가 가장 예뻤습니다. 계단식으로 이어진 녹색 물결이 끝없이 이어지는데, 언덕 위 정자에 앉아 내려다보는 뷰가 압권이에요. 중간중간 쉬어 갈 수 있는 벤치도 많아서 아이와 함께 오기도 좋아 보였어요. 근처 카페에서는 하동 녹차로 만든 아이스크림과 라떼를 파는데, 진한 맛을 좋아한다면 기본 녹차라떼 한 잔은 꼭 마셔볼 만합니다. 오후에는 스타웨이 하동으로 이동했어요. 이곳은 악양면 섬진강대로 쪽에 있고, 전용 주차장에 차를 대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섬진강과 평사리 들판이 한눈에 들어와요. 유리 스카이워크라 처음엔 조금 아찔한데 금방 익숙해집니다. 운영 시간은 대체로 오전 10시부터 해 질 녘까지인데, 제가 갔던 날 기준으로 16시 이후에는 노을이 살짝 물들면서 풍경이 더 멋졌어요. 다만 주말 오후에는 대기줄이 20분 정도 생겨서 시간 여유를 두고 움직이는 게 좋겠습니다.
최참판댁, 화개장터와 십리벚꽃길까지 한 번에
세 번째 하동 여행지는 최참판댁과 박경리 문학관이었어요. 평사리길을 따라 올라가면 넓은 공영주차장이 나오고, 주차 후 입장권을 끊고 들어갑니다. 실제로 사람이 사는 집은 아니지만 안채, 사랑채, 곳간 등이 잘 복원돼 있어서 소설 속 시대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떠올랐어요. 평일 오후라 그런지 단체 관광객이 빠져나간 뒤라 마당에 혼자 서 있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언덕 위 박경리 문학관에서는 작품 자료와 작가의 삶을 간단히 볼 수 있어, 소설을 안 읽어도 분위기 파악이 되더라고요. 차로 15분 정도 이동하면 화개장터가 나옵니다. 이 하동 여행지는 시장 규모는 작지만, 섬진강과 맞닿아 있어서 산책 겸 걷기 좋아요. 국밥집, 재첩국집, 토속 과자 가게들이 촘촘히 붙어 있는데, 점심시간대엔 웨이팅이 10분 안팎으로 생깁니다. 봄 시즌에는 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 이어지는 십리벚꽃길이 열리는데, 이때는 차량 정체가 심해 오전 일찍 들어가는 게 좋다고 현지 상인이 알려주셨어요.
이번 하동 여행지 다섯 곳은 전부 분위기가 달라서 지루할 틈이 없었고, 특히 삼성궁과 정금차밭 뷰는 다시 떠올려도 여운이 남네요. 다음에 간다면 벚꽃 시즌에 맞춰 십리벚꽃길을 제대로 걸어보고 싶을 만큼, 조용히 머리 비우고 쉬기 좋은 동네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