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오사카는 여러 번 가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설레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작년부터는 직항 있는 일본소도시여행만 골라 다니고 있는데, 조용한 골목과 현지인 가게들만 가득한 그 분위기에 완전히 빠졌습니다. 비행시간은 비슷한데 사람이 훨씬 적고, 가격도 부담이 덜해서 자연스럽게 다음 여행도 소도시로만 계획하게 됐어요. 이번에는 제가 실제로 다녀온 곳 중에서 다시 생각나서 검색창을 열게 되는 일본 소도시 다섯 곳, 그리고 요즘 일본소도시여행이 유독 떠오르는 이유를 한 번에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우동과 예술 섬을 잇는 다카마쓰의 매력
시코쿠 다카마쓰는 인천에서 직항으로 약 1시간 40분, 공항에서 시내까지 리무진 버스로 40분이면 도착해서 일본소도시여행 입문지로 딱 좋았어요. JR 다카마쓰역 주변은 밤 10시쯤만 되어도 조용해지고, 사람 대신 파도 소리가 들리는 항구 도시 느낌입니다.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가와라마치 상점가 근처 작은 우동집들이었는데, 아침 7시부터 문을 열어서 출근 전 현지인들이 후다닥 사누키 우동 한 그릇씩 비우고 가더라고요. 유명 체인 마루가메 세이멘 말고, 골목 안 동네 가게에 들어가면 300엔대 가격에 쫄깃한 면과 따끈한 국물을 맛볼 수 있어 가성비가 정말 좋았습니다. 다카마쓰항에서는 나오시마로 가는 페리가 자주 떠서, 오전 배를 타고 예술섬을 둘러보고 오후 해질 무렵 다시 돌아오면 하루 일정이 알차게 채워져요. 다카마쓰역 앞 상점가는 밤 8시 전후로 대부분 가게가 문을 닫으니, 저녁은 조금 일찍 먹는 게 좋습니다.
온천과 성곽 도시 감성이 공존하는 마쓰야마
다카마쓰에서 특급 열차로 2시간 정도 달리면 에히메 마쓰야마에 도착해요. 이곳은 일본소도시여행 중에서도 분위기가 특히 느긋했는데, 밤 9시만 넘어도 도고 온천 거리 전체가 잔잔해져서 산책하기 좋았습니다. 도고 온천 본관은 현재 보수 공사로 외관 일부가 가려져 있지만, 내부 목욕 시설은 시간대에 따라 이용할 수 있어요. 제가 갔을 때는 아침 6시부터 밤 11시까지 운영했고, 비누와 샴푸는 기본으로 준비돼 있었습니다. 도고 온천 역 앞에는 족욕탕이 무료로 열려 있는데, 늦은 오후 4시쯤 가면 노을빛과 함께 기차가 지나가는 장면을 동시에 볼 수 있어 사진 찍기 좋았어요. 시내 중심에 있는 마쓰야마성은 로프웨이 첫 차가 보통 아침 9시, 마지막은 계절에 따라 17시~17시 30분 전후라서 오후 늦게 가면 서둘러 내려와야 합니다. 성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마쓰야마 시내 야경은 화려하진 않지만, 작은 불빛들이 모여 있는 아늑한 느낌이라 일본소도시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였어요.
눈과 동물원으로 기억에 남은 아사히카와
홋카이도 아사히카와는 2026년 겨울 일본소도시여행 트렌드를 제대로 보여주는 도시였습니다. 신치토세 공항에서 JR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데, 도착하자마자 공기부터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가장 유명한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겨울 시즌에 맞춰 10시부터 15시 30분까지만 여는 날이 많고, 펭귄 산책 시간은 보통 점심 전후 한 번 진행돼요. 제가 갔을 땐 시작 30분 전에 도착했는데도 앞자리를 놓쳐서, 눈길을 천천히 걸어 나오는 펭귄들을 겨우 측면에서 봤습니다. 눈이 많이 오는 도시라 1월 이후에는 오후 4시만 돼도 해가 완전히 져서 시내 거리를 빨리 둘러봐야 해요. 역 앞 이온 몰과 로컬 라멘 가게들은 밤 9시까지 영업하는 곳이 많지만, 골목 안 카페들은 18시 전에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아 오후 시간대에 들르는 게 좋습니다. 대신 숙소 가격이 삿포로보다 확실히 저렴해서, 넉넉하게 3박을 잡아도 부담이 덜했어요.
화산과 온천, 바다까지 한 번에 즐긴 가고시마
규슈 남쪽 끝 가고시마는 대한항공 직항 덕분에 요즘 일본소도시여행 검색에 자주 등장하는 곳이죠. 공항에서 시내까지 버스로 약 40분, 창밖으로 사쿠라지마가 보이기 시작하면 비행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가고시마항에서 사쿠라지마로 가는 페리는 10~15분 간격으로 자주 떠서 웨이팅 걱정은 거의 없었고, 섬에 도착해선 관광 버스를 타고 전망대를 한 바퀴 도는 코스를 선택했어요. 아침 9시 첫 배를 타면 점심 전까지 주요 포인트를 모두 둘러보고, 오후에는 시내 이로하니노유 같은 해수 온천에서 쉬기 좋습니다. 가고시마 중앙역 주변 상점가는 밤 8시 전후까지 영업하는 가게가 많고, 흑돼지 샤브샤브 집들은 인기 있는 곳은 1시간 이상 줄 서기도 해서 저는 평일 17시쯤 미리 들어가 식사를 했어요. 대도시보다 외국인 비율이 훨씬 낮아서, 식당에서도 일본어 메뉴판에 손가락으로 찍어 주문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복어와 해협 뷰가 인상적인 시모노세키
혼슈 끝 시모노세키는 후쿠오카와 간몬 해협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항구 도시예요. 인천에서 야마구치 우베 공항으로 들어가 차량이나 열차로 이동하면, 도쿄를 거치지 않고 바로 일본소도시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가라토 시장은 특히 주말 오전 8시~14시 사이가 가장 활기찬데, 포장마차 스타일로 복어 초밥과 해산물 덮밥을 파는 부스들이 쭉 늘어서 있어요. 저는 토요일 10시쯤 도착했더니 인기 메뉴는 이미 거의 품절이라, 다음날은 일부러 오픈 시간 맞춰 갔습니다. 시장 안쪽 2층에는 실내 식당들도 있어서 비나 바람이 심한 날에도 편하게 식사할 수 있어요. 시장을 나와 간몬 해협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해질 무렵 다리와 배들이 만들어내는 뷰가 정말 멋있습니다. 이 구간은 밤 9시까지 가로등이 켜져 있지만 사람 왕래가 확 줄어 조용히 걷기 좋았고, 치안도 나쁘지 않다고 느꼈어요.
다섯 곳 모두 대도시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그래서 더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 여행지였어요. 다음 일본소도시여행도 이 느낌을 이어가 보고 싶어서, 이미 다음 소도시를 하나씩 찾아보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