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쪽에 갈 일이 생기면 늘 머릿속에 먼저 떠오르는 곳이 연화리 해녀촌이에요. 특히 몇 년 전 우연히 알게 된 연화리 미진이할매를 다녀온 뒤로는, 부산 여행 동선 짤 때 아예 이 집을 기준으로 움직이게 되더라고요. 바다 바로 앞에서 해산물에 소주 한 잔 걸치는 그 느낌이 자꾸 생각나서, 이번에는 부모님까지 모시고 다시 찾았습니다. 날이 살짝 쌀쌀해져서 바닷바람이 세게 부는 날이었는데, 그만큼 뜨끈한 국물과 싱싱한 해산물이 더 간절해지는 날이기도 했어요. 차에서 내려 해녀촌 입구 쪽으로 걸어가는데 여기저기서 호객하는 소리가 들려도, 이제는 망설임 없이 12번 연화리 미진이할매 간판부터 찾게 되네요.
연화리 미진이할매 12번 포장마차 위치와 분위기
연화리 해녀촌 포장마차 거리에 들어서면 번호가 쭉 붙어 있는데, 연화리 미진이할매는 끝 쪽에 있는 12번 포장마차예요. 바다랑 거의 직선으로 마주 보는 자리라 뷰가 꽤 좋아요. 가게 앞에는 멍게, 해삼, 개불, 전복 같은 해산물이 커다란 수조에 담겨 있어서, 자리 잡기 전에 한 번씩 훑어보게 됩니다. 내부는 실내 포장마차 느낌으로, 4인용 테이블이 주르륵 붙어 있고 플라스틱 의자라 딱 그 노포 감성이에요. 겨울 기준으로 영업시간은 아침 9시부터 해 질 무렵까지라고 하셨고, 제가 갔던 날은 11시 조금 안 돼 도착해서 웨이팅 없이 창가 자리에 바로 앉을 수 있었어요. 주말 저녁에는 줄이 꽤 길게 서는 편이라, 가능하면 점심 이전이나 해 질 무렵 좀 이른 시간대를 추천하고 싶네요. 가게 바로 앞 공영주차장이 있어서 주차 걱정도 크게 없었습니다.
해물모둠과 홍합탕, 연화리 미진이할매 한 상의 힘
자리에 앉으니 먼저 뜨거운 홍합탕이 작은 냄비째 올라왔어요. 기본으로 내어주시는 거라 별도 주문이 필요 없고, 국물 한 숟갈 뜨자마자 춥다고 느꼈던 몸이 바로 풀어지는 느낌이었어요. 바다 향이 강하지 않고 깔끔한 감칠맛이 나서 계속 손이 갔습니다. 오늘의 메인은 해물모둠 중자였는데, 가격은 4만원대였고 양은 솔직히 서울 기준으로는 대자 느낌이었어요. 산낙지, 멍게, 해삼, 개불, 소라, 전복, 가리비, 새우, 홍가리비까지 한 판 가득 나와서, 이걸 세 명이서 다 먹을 수 있을까 싶은 비주얼이었죠. 해산물은 바로 수조에서 꺼내 손질해 주셔서 그런지 질감이 확실히 살아 있었어요. 개불은 흐물거리는 느낌이 전혀 없고 탱글탱글했고, 해삼은 꼬독꼬독 씹는 맛이 정말 좋았어요. 멍게랑 돌멍게는 초장에 살짝만 찍어 먹어도 바다 향이 확 올라오는데, 비린내가 과하지 않아서 부모님도 잘 드시더라고요.
전복죽과 셀프 음료 시스템, 연화리 미진이할매만의 마무리
연화리 미진이할매에서 꼭 먹어야 한다고 느끼는 메뉴가 전복죽이에요. 2인분부터 주문 가능하고, 해물모둠을 거의 다 먹을 때쯤 말하면 그때부터 끓여주셔서 타이밍도 딱 맞아요. 가마솥에서 푹 끓여져 나오는 전복죽은 내장 색이 진하게 배어 있어서 한눈에 봐도 진득해 보이는데, 한 숟갈 떠보면 전복 잘게 썬 게 듬뿍 씹혀요. 고소하면서도 살짝 쌉싸름한 내장 향이 밥알에 잘 배어 있어서, 추운 바닷바람 맞고 먹기 너무 좋았습니다. 같이 나오는 깍두기가 또 의외의 한 방이었는데, 새콤한 맛보다 감칠맛이 강해서 전복죽이랑 같이 먹으면 속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에요. 음료랑 술은 아이스박스에서 직접 꺼내 먹고 나갈 때 한꺼번에 계산하는 방식이라 편했고, 얼음 사이에 박혀 있어서 냉장고보다 더 시원했어요. 처음 가면 헷갈릴 수 있는데, 그냥 원하는 걸 뽑아와서 테이블 위에 올려두면 이모님들이 계산할 때 알아서 세어주세요. 전반적으로 직원분들이 친절하고 말도 잘 걸어주셔서, 바다 보면서 천천히 먹기 좋은 곳이었어요.
연화리 미진이할매는 적당히 시끌벅적한 포장마차 감성과 신선한 해산물이 잘 어울려서, 갈 때마다 기분 좋은 술자리를 만들어 주는 곳이네요. 다음에는 해물모둠이랑 전복죽에 해물라면까지 곁들여 천천히 즐기고 싶어서, 다시 방문할 의사는 아주 확실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