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은 차갑고 공기는 맑아지기 시작하면 이상하게 바다가 꼭 보고 싶어져요. 그래서 이번에는 강릉겨울바다를 제대로 느껴보자 싶어서 하루를 통째로 비워 강릉으로 향했습니다. 떠나기 전에 검색을 많이 해봤는데, 안목해변은 겨울에 밖에서 아무것도 못 즐긴다든지, 정동진은 언제 가도 바다부채길을 걸을 수 있다든지 하는 말들이 너무 많아서 살짝 걱정도 됐어요. 막상 직접 다녀와 보니 루머와 현실의 차이가 꽤 커서, 제가 느낀 강릉겨울바다의 진짜 모습을 정리해 보고 싶어졌습니다.
안목해변, 야외는 못 앉는다는 말의 반전
강릉겨울바다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이 안목해변 커피거리라 아침 10시쯤 도착했어요. 루머처럼 야외 테이블이 텅 비어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따뜻해서 자리를 잡을까 잠깐 고민했을 정도였습니다. 제가 들어간 카페는 1층과 2층 모두 통유리라 실내에서도 파도가 그대로 보이고, 테라스에는 가스난로와 바람막이가 설치돼 있더라고요. 대부분의 카페가 오전 9시 전후로 문을 열고, 주말 오후 2시 이후에는 웨이팅이 20분 정도 생기는 편이라 여유롭게 즐기려면 오전 방문을 추천해요. 겨울이라 주차도 한결 수월했고,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 잔 들고 유리창 앞에 앉으니 강릉겨울바다 특유의 묵직한 파도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서, 굳이 밖에 나가지 않아도 겨울 바다에 푹 잠긴 느낌이었습니다.
정동진 바다부채길, “항상 개방”이라는 말의 함정
두 번째 코스는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이었어요. 어디서든 겨울에도 상시 개방이라는 말을 많이 봐서 당연히 열려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관리소 앞 안내판에 강풍 예보 시 부분 통제 가능이라고 적혀 있더라고요. 실제로 제가 간 날은 오전에는 개방, 오후에는 파도 높이 때문에 일부 구간이 닫혔습니다. 입구 매표소는 보통 오전 9시부터 문을 여는데, 겨울에는 해가 빨리 지니까 3시 전에는 들어가는 게 안전해요. 입장 시간과 개방 여부는 공식 홈페이지나 관리소 전화로 꼭 확인하는 게 좋겠더라고요. 바다랑 길이 너무 가까워서 파도가 높아지면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확실히 들었습니다. 대신 개방돼 있던 구간을 걷는 동안, 옆에서는 파도가 터지고 아래로는 절벽이 펼쳐져서 강릉겨울바다의 거친 느낌을 한 번에 체감할 수 있었어요.
주문진·사근진, 사진 스팟에 숨은 진짜 이용 팁
오후에는 주문진 영진해변 도깨비 촬영지와 사근진해변 무지개 방파제를 한 번에 묶어서 다녀왔어요. 도깨비 촬영지는 방사제가 딱 한 곳이라 줄이 길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실제로 가보니 비슷한 모양의 방사제가 옆으로 몇 개 더 있어서 굳이 메인 스폿을 고집하지 않아도 비슷한 각도와 분위기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평일 기준으로 메인 포인트는 10분 정도만 기다리면 됐고, 해 질 무렵에는 대기 줄이 조금 더 길어지더라고요. 바로 옆 주문진해수욕장은 파도가 세게 들이치는 날이라 강릉겨울바다 특유의 시원한 풍경을 보여줬습니다. 사근진해변 무지개 방파제는 방파제 위로는 올라갈 수 없게 통제돼 있었고, 대신 새로 만든 해중공원 전망대에서 전체 컬러 방파제와 동해를 한 번에 내려다볼 수 있어요. 전망대는 해가 완전히 지기 전 오후 5시 이전에 도착해야 색깔이 또렷하게 살아나고, 사진도 흔들리지 않게 잘 나오더라고요.
이번 동선대로 돌고 나니 강릉겨울바다에 대해 떠돌던 말들 중 절반은 과장이고, 나머지 절반은 준비만 잘하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부분 같았어요. 차가운 바람 덕분에 더 또렷해진 바다색이 오래 머릿속에 남아서, 내년 겨울에도 비슷한 코스로 다시 찾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